' 로컬의 미래'
'로컬의 미래'는 '숲 속의 자본주의자'라는 책을 읽다가, 로컬 라이프에 관심이 생겨 이끌리듯 발견한 책이다. '숲 속의 자본주의자'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소위 엘리트로 살아왔던 저자가 남편의 번아웃을 계기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의 시골로 떠나 원하는만큼만 일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지를 체험한 이야기이다. 대도시에서는 의식주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많은 소득이 필요하고 많은 시간을 일하는 데 써야했는데 반해 시골에서는 단돈 100만 원으로도 4인 가족의 한 달 일상이 풍요로웠고, 빠르게 소비하는 대신 느긋하게 향유하는 법을 익혔다고 한다.
'그러게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살고 있지?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소비하고. 그래서 그들은 과연 행복한가?"
'직장을 찾기 위해. 더 많이 벌기 위해. 이끌리듯이 왔는데...'
'누가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고, 누가 도시의 삶을 부추긴거지?'
갑자기 도시의 삶에 마구마구 질문이 생겼다. 당연하게 생각한 프레임을 깨트리는 형태의 책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데 막상 로컬로 내려가 사는 선택에는 두려움이 생기지 않는가? 과연 로컬에는 미래가 있을까...? 그렇게 꼬리를 물듯이 '로컬의 미래'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로컬의 미래'를 읽고나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결국 많은 것들이 로컬로 회귀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는 도시 중심의 삶과 글로벌화에 익숙해져 있지만, 그 이면에 외면하고 있거나 누군가에 의해 숨겨지고 있는 곪은 피해들이 있더라. 이 책은 '세계화'와 '지역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트리게 해주고, 지역화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개인이, 기업이, 정부가 지역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지 방법까지 제시해준다.
지역화는 모든 지역 사회가 독립되어야한다는 뜻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줄이고, 글로벌 시장과 로컬 시장의 균형을 잘 잡자는 뜻이다. 그렇게 될 경우, 결국 건강한 삶을 얻는 것은 우리들일 것이다.
거대 기업은 단가를 낮추기 위해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농업의 다양성은 낮춰져, 지난 세기에 전 세계 농업 다양성의 약 75%가 사라지는 바람에 유전 자원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지배력을 넓인 몇몇 기업이 전 세계 식량 공급을 장악하고 있고, 일반적인 통념과 반대로 자연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낭비하게 된다. 기업이 지배하면 신선하고 영양가 많은 건강에 좋은 음식이 아니라, 포장 정크 푸드에 둘러싸인 이른바 '식품 사막'에 사는 사람들처럼 식량을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이 증가한다.
이 외에 현재 우리에게 놓여져 있지만 감춰진 다른 피해들이나, 앞으로 어떤 태도로 지역 사회를 돌아봐야하는지가 궁금한 사람들은 '로컬의 미래'를 읽어볼 것을 권장한다.
21p 세계화는 현재 전 세계로 더 깊숙이 침투해서 생태계, 지역과 지방 경제, 국가 경제를 빨아들여 중앙에서 관리하는 단일 글로벌 경제를 형성하고 있다. 단일 글로벌 경제의 발판은 영원한 성장과 무시무시한 소비지상주의 즉 기업지배다.
28p 스페인의 슈퍼마켓 시트러스코스트의 선반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수입한 레몬이 있는 반면 현지에서 생산한 레몬은 버려서 썩는다.
29p 더 심각한 문제는 '과잉 무역'이다. "노르웨이에서 파는 대구 필레는 현지에서 잡은 대구를 중국으로 수출해서 가공한 뒤 다시 수입한 제품이다."
29p 기후 변화가 급증하고 화석 연료가 점점 줄어드는 시대에 자원을 낭비하면서 무역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개인들의 선의를 무색하게 만드는 행위나 다름없다.
29p 이 같은 지나친 무역으로 이득을 얻는쪽은 거대 기업밖에 없다.
33p 스페인에서는 중국에서 수입한 마늘이 스페인 현지에서 재배한 마늘에 비해 반값에 팔린다. 그러나 중국산 마늘 가격에는 운송에서 발생하는 공해는 물론 운송 인프라 비용도 빠져 있다.
52p 세계무역기구조차 "개방 무역을 할수록 탄소 배출은 더 늘어난다"는 것을 인정한다.
57p 글로벌 기업은 거대한 동질 소비자 집단에 물건을 대량으로 판매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곧 농업 다양성이 급격하게 낮아진다. 그들은 단기 수익을 낼 수 있는 소수의 단일품종을 생산하려고 다양한 지역 품종 수천 종을 버린다.
65p 지역화란 경제를 분권화하여 지역 사회의 지방, 국가의 자치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모든 지역 사회가 완전히 독립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되도록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줄이고, 기업이 독점하고 장악하는 글로벌 시장과 로컬 시장의 균형을 잘 잡자는 뜻이다. (중략) 최종적으로 지역마다 다양성의 정도, 생산한 재화와 무역량이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이다.
74p "지금 하는 일을 소도시에서도 할 수 있다면 그래도 수도에서 살겠습니까, 소도시에서 살겠습니까?" 응답자 대다수는 대도시를 떠나겠다고 말했습니다.
92p '큰 그림 행동주의(big picture activism)'의 목표다. 시민의 의식을 높이려면 이론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지역화 사업의 감동적인 사례를 날마다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94p 경제 세력이 환경 문제와 사회 정의 문제 이면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은 많아도, 경제가 문화와 개인의 자부심을 허물고, 민족/인종/종교 갈등을 높이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95p 이러한 개별 현안을 뛰어넘어 개개인이 우려하는 문제를 관통하는 공통 주제에 집중한다면 정부 역시 사람들의 목소리에 점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115p 바이 로컬(Buy local) 운동은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로컬 기업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 이 운동은 지역 경제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먼 곳에서 제조해서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춘 상품에는 환경과 지역 사회가 지불할 비용이 숨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교육 효과도 있다.
116p 컨퍼런스를 열어서 소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창업, 운영 정보를 제공하고 열정을 나누고 자극을 받는다. 로컬 기업을 위한 단골 고객 카드 가맹점도 생기고 있다. 이 카드는 창고형 매장들이 제공하는 로열티 카드와 비슷하지만 지역 상품을 살 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120p 지역 사회의 대중 매체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목소리를 낼 기회를 주고 지역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안을 알려준다. 아울러 시민들이 힘을 모아서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결속을 다지고 지역 문화를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141p 로컬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유통 라인도 필요하고, 다품종 재배를 하는 소규모 농장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출처 : 로컬의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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