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라고 덤벼들었으나 창업도 사이드 프로젝트도 아닌 그 경계의 어떤 상태의 것을 마무리하며.
언젠가 정리하는 글을 쓰려고 했지만, 바로 이직활동에 들어가야 했고,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다가 시간이 흘러버렸다.
새로운 시작을 하기전, 잘 비워야 잘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좀 끌고 가볼까? 하던 사이트도 오늘 24년 1월 13일 자로 완전히 내리기로 결정했다.
23년 5월 퇴사 후 6월부터 10월 말까지 약 5개월간 고군분투하여 만든 서비스를 한번 잘 보내보자!
먼저 왜 그만두게 됐을까?에 대한 여러 이유들의 끝에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처음부터 선정한 아이템을 신념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 돈을 보고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아이템들 중 최종적으로 선택한 아이템은 가장 빨리 비즈니스 모델을 세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냉정하고 논리적으로 선택했다고 믿었다.
그런데 창업의 여정에는 차가운 머리로만으로 설득되지 않는 일들이 숱하게 일어난다.
직접 발로 뛰며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용기도 필요하고, 100번 거절당해도 좌절하지 않아야 하고, 지표가 예상대로 잘 나오지 않아도 집념을 가지고 개선시켜야 하고, 주변에서 안될 거야라는 말을 들어도 무시해야 하고, 낮과 밤 주말 없이 내 시간을 써야 했다.
개발자분들이 사이드로 도와주셨지만, Full time은 혼자였기 때문에, 하루의 긴 시간 동안 수많은 고민과 위기와 유혹들과 씨름하고 그 씨름 끝에 꿋꿋이 내 길을 가야만한다.
머리로 이해돼도 결국 내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정말 이성적인 판단만으로 숱한 난관을 이겨낼 수 있을까?
내 경험상 창업가의 신념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자주 흔들렸고, 누군가 자주 붙잡아줘야 했다.
서비스로 문의가 들어오면, 기뻐야 하는데 기쁘면서도 들어와서 해야 하는 대응이 막막하고 무서웠다.
팀원들이 하루빨리 퇴사를 하고 창업에 Full time으로 같이 합류해서 힘을 합쳐야겠다고 생각했다. 팀원들에게 임금을 줄 수 있으려면 IR로 시드머니를 마련해야 했다.
IR 데모데이를 관람하다가 브레이크타임에 심사위원석에 가서 심사위원 5분의 명함을 모두 받아냈다. 예비창업가이고, 이런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트래픽을 잘 만들어 연락드리겠다고.
명함까지 손에 얻은 상태에서 한 발자국만 더 나가면 될 것 같았다. 그러자 '큰돈을 받고 그만큼의 큰 책임관계까지 내가 짊어질 수 있을까?' 덜컥 겁이 났다. 지금까지는 두려우면 두렵다고 말할 수 있었고, 언제든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투자를 받는 순간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다고들 들었다. 놀랍게도 명함까지 얻고 나자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나는 지금 이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의 여정을 갈 수 없었다.
처음부터 왜 그런 자세로 이런 상황까지 다 대비해서 고민하지 않았냐고 물을 수 있지만, 모든 일어날 위기를 다 예측할 수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모든 위기까지 다 고려했더라면 시도 자체도 이런 경험도 얻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작부터 망해도 괜찮다고 시작한 거니깐.
팀원들에게도 미안했지만, 지금 말하는 게 덜 미안한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본업을 접고 합류해서 그만하자고 하는 것보다는. 어찌어찌 하면서 매번 우는소리하는 것 보다는.
당연한 소리일지 모르는 말로 다시 한번 이 글을 매듭짓자면, 창업가는 누구보다도 그 아이템을 애정하고 아이템으로 도달하려는 미션으로부터 강한 열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훗날 다시 창업에 도전한다면,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깊이 공감되는 아이템으로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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